2010년, 이미 한 번 예행연습이 있었다
2010년 9월 센카쿠(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했습니다. 선장이 체포되자 중국은 일본으로 가는 희토류 선적을 사실상 멈춰 세웠습니다. 공식 금수 조치를 발표한 것이 아니라 통관이 느려지고 서류가 반려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가격 반응은 격렬했습니다. 일부 품목은 몇 달 만에 몇 배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에 벌어진 일입니다. 일본은 재고를 쌓고, 대체 공급선을 찾고, 자석에 들어가는 희토류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멈춰 있던 광산이 다시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했습니다. 하나는 희토류가 실제로 지렛대가 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지렛대를 쓰면 상대가 대비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15년의 흐름은 이 두 힘이 밀고 당긴 결과입니다.
병목은 광산이 아니라 정제에 있다
희토류(rare earth)라는 이름은 오해를 부릅니다. 지각에 드물지 않습니다. 세륨은 구리보다 흔하고, 네오디뮴도 납과 비슷한 수준으로 존재합니다. 문제는 한곳에 농축되어 나오는 경우가 드물고, 화학적으로 성질이 매우 비슷한 원소 열몇 가지가 뒤섞여 있어 서로 떼어내기가 지독하게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이 분리·정제 공정은 수백 단계의 용매 추출을 반복해야 하고, 강산을 대량으로 쓰며,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폐기물이 나옵니다. 기술만 있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 환경 규제와 비용을 감당할 의지가 있어야 하는 일입니다. 중국은 수십 년에 걸쳐 그 비용을 감당하며 이 공정을 사실상 독점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61%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정제·가공에서는 약 91%입니다. 이 30%포인트의 격차가 이 사안의 핵심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미국이나 호주에서 광석을 캐내도 그것을 쓸 수 있는 산화물과 금속으로 바꾸려면 결국 중국으로 보내야 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광산을 새로 여는 데는 몇 년이면 되지만 정제 설비를 세우고 수율을 맞추는 데는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탈중국'이 발표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뉴스에서 '중국 희토류 점유율'이라는 표현을 보면 채굴 기준인지 정제 기준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60%대와 90%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고, 공급 차질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후자입니다.
같은 희토류가 아니다 — 무거운 쪽이 진짜 문제
희토류는 원자량에 따라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로 나뉩니다. 이 구분이 실전에서 결정적입니다.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같은 경희토류는 상대적으로 매장과 생산이 넓게 퍼져 있어 중국 밖 대안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반면 디스프로슘·테르븀 같은 중희토류는 사정이 다릅니다. 매장 자체가 훨씬 적고, 분리 화학이 더 까다로우며, 시장 규모가 작아 새로 뛰어들 유인이 약합니다. 그 결과 중희토류의 가공은 여전히 중국 의존이 거의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하필 이 중희토류가 고성능 자석의 급소입니다. 전기차 구동모터나 풍력 발전기의 자석은 온도가 올라가면 자력을 잃는데,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을 소량 섞으면 고온에서도 버팁니다. 전체 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빠지면 제품 사양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중국의 통제가 '희토류 전반'이 아니라 특정 원소를 겨냥할 때 더 눈여겨봐야 합니다. 목록에 중희토류가 들어 있으면 대체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통제는 이렇게 진화해 왔다
2010년의 방식이 '조용한 지연'이었다면, 최근의 통제는 제도로 정비된 형태를 띱니다. 흐름을 따라가면 설계 의도가 보입니다.
- 2023년 — 반도체 소재인 갈륨·게르마늄, 이어서 흑연에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습니다. 희토류가 아닌 품목부터 시작해 라이선스 체계 자체를 시험한 단계로 읽힙니다.
- 2025년 4월 — 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7종에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수출 허가제를 적용했습니다. 앞서 말한 중희토류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 2025년 10월 — 범위를 크게 넓혔습니다. 중국산 희토류가 들어갔거나 중국 기술로 만들어진 부품·조립품을 제3국이 수출할 때도 중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이른바 역외 적용 방식이었습니다.
- 2025년 11월 — 10월 조치는 1년간 유예됐습니다. 폐지가 아니라 정지입니다.
- 2026년 1월 — 일본을 향한 이중용도 품목 통제가 강화됐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방향입니다. 품목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적용 지점이 원료에서 완제품·기술로, 자국 수출에서 제3국 재수출로 옮겨 왔습니다. 통제의 사정거리가 길어진 것입니다.
지금은 '풀린' 것이 아니라 '멈춰 둔' 상태다
2026년 7월 현재, 가장 광범위했던 2025년 10월 조치는 유예 중이고 4월의 7종 허가제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조용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유예는 해제와 다릅니다. 제도는 그대로 남아 있고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으며, 그 사실 자체가 협상 카드로 기능합니다. 실제 물량이 막히지 않아도 '막힐 수 있다'는 상태가 유지되면 기업은 재고를 늘리고 대체선을 확보하려 하며, 그 비용은 가격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이 사안에서 '지금 수출이 막혔는가'만 보면 절반을 놓칩니다. 통제의 실질적 효과는 차단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상시화에서 나옵니다. 2010년과 달리 지금은 그것이 즉흥적 조치가 아니라 상설 제도로 존재합니다.
유예 기한이 다가올 때가 이 사안의 다음 분기점입니다. 연장·해제·재발동 중 무엇이 되는지에 따라 관련 자산의 방향이 갈릴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이 경로로 도달한다
한국은 희토류를 캐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향은 광물이 아니라 가공된 부품의 형태로 들어옵니다. 가장 굵은 통로가 영구자석입니다.
네오디뮴계 영구자석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90%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보다 더 높으니, 사실상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사 오고 있는 셈입니다.
이 자석이 어디에 들어가는지가 문제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전기차 구동모터에는 한 대당 1.6킬로그램 안팎이 쓰이고, 풍력 발전기·로봇·항공우주 부품·가전 모터에도 광범위하게 들어갑니다.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 상당수가 이 부품 하나를 공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국산화 시도가 없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 네오디뮴 영구자석 생산이 시작됐고 연간 1천 톤 규모의 설비가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국내 수요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대체라기보다 교두보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자석을 국내에서 만들어도 원료가 되는 희토류 금속은 여전히 상당 부분 중국을 거칩니다. 공정을 한 단계 앞으로 옮겼을 뿐 원천 의존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보면 되는가
이 주제는 헤드라인이 자주 뜨는 데 비해 실제로 상태가 바뀌는 순간은 드뭅니다. 다음 정도를 확인하면 소음과 신호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 발표된 통제 목록에 중희토류(디스프로슘·테르븀)가 들어 있는가 — 들어 있으면 대체 조달이 어렵다는 뜻이라 파급이 다릅니다.
- 조치의 대상이 원료인가 완제품·기술인가 — 역외 적용처럼 제3국 제품까지 겨냥하면 영향 범위가 한 단계 넓어집니다.
- 유예·연장의 기한이 언제인가 — 만료가 다가오는 국면에서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 중국 밖 정제 설비가 실제로 가동에 들어갔는가 — 광산 개발 발표보다 정제 가동이 구조 변화의 진짜 지표입니다.
- 국내 기업의 재고·조달선 공시 — 자석·모터를 쓰는 기업의 조달 구조 변경은 뉴스보다 늦지만 확실한 신호입니다.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몇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 통제가 강화되면 특정 종목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 밖 생산자에 대한 기대는 대체로 발표 시점에 빠르게 반영되고,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몇 년이 걸립니다. 기대와 실현 사이의 간격에서 되돌림이 자주 나옵니다.
- 희토류 가격과 관련 기업 주가는 같이 움직이지 않는 구간이 깁니다. 가격이 올라도 정제 능력이 없으면 그 이익을 가져가지 못합니다.
- 여기 적은 점유율과 의존도 수치는 집계 기관과 기준연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방향을 읽는 용도이지 정밀한 값으로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 제도의 유예·재발동 상태는 바뀝니다. 본문은 2026년 7월 기준이며, 판단 전에 최신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정리
- 희토류는 드물지 않습니다. 드문 것은 분리·정제 공정이고, 중국은 채굴 약 61%인 반면 정제는 약 91%를 차지합니다.
- 디스프로슘·테르븀 같은 중희토류는 대체가 훨씬 어렵고, 하필 고성능 자석의 급소입니다. 통제 목록에 이들이 있는지가 파급을 가릅니다.
- 통제는 2023년 갈륨·게르마늄에서 시작해 2025년 7종 허가제, 역외 적용으로 확장됐다가 현재 일부가 유예 상태입니다. 폐지가 아니라 정지입니다.
- 한국에는 광물이 아니라 영구자석이라는 부품 형태로 도달하며, 대중국 수입 비중이 90% 안팎입니다.
- 국산화가 시작됐지만 원료 단계의 의존은 남아 있습니다. 광산 발표보다 정제 설비 가동이 구조 변화의 진짜 지표입니다.
관련 공급망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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